토레스 델 파이네 국립공원의 대표 코스인 베이스 토레스(Base Torres) 트래킹.
W트래킹, O트래킹처럼 전 세계에서 모여드는 트래킹 코스도 있지만
시간이나 체력 문제로 당일 트래킹을 하는 트래커들도 많습니다.
저 역시 푸에르토 나탈레스에서 당일 일정으로 다녀왔습니다.
토레스 델 파이네를 준비하고 계신다면
입장권, 버스, 준비물, 장비 대여 등을 정리한 이전 글을 먼저 읽고 오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https://writtersunpeace.tistory.com/77
이번 글에서는 실제로 새벽 버스를 타고 출발해 정상에 올랐다가
다시 푸에르토 나탈레스로 돌아오기까지의 하루를 시간 순서대로 기록해 보려고 합니다.
날씨 때문에 며칠이나 기다렸던 만큼, 이번 트래킹은 여행 중 가장 기억에 남는 하루가 되었습니다.
베이스 토레스 트래킹 기본 정보
- 왕복 거리 : 약 22km
- 소요시간 : 7~9시간
- 누적 상승고도 : 약 900m
- 난이도 : 중상
- 출발 지점 : 웰컴센터(Hotel Las Torres)
- 목적지 : 베이스 토레스 전망대
대부분 푸에르토 나탈레스에서 새벽 버스를 타고 이동한 뒤 라구나 아마르가에서 셔틀을 이용해 웰컴센터까지 이동합니다.
첫차는 7시, 오전 9시 30분쯤 트래킹을 시작했습니다.
1. 파타고니아는 날씨가 전부다

모든 산이 그렇지만 파타고니아는 정말 변화무쌍하다는 말로도 부족한 것 같아요.
며칠 전 버스투어 때는 비 때문에 토레스 삼봉이 거의 보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날은 하늘이 완전히 달랐습니다.
구름 사이로 토레스 삼봉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고, 버스에서부터 두근거렸어요.
불과 어제만해도 눈 때문에 가이드 없이 입장이 불가했는데 말이죠.
파타고니아는 하루에도 날씨가 몇 번씩 바뀌는 지역이라 출발 당시 맑다고 끝까지 맑다는 보장은 없지만,
좋은 날씨에 시작한다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달라집니다.
2. 초입



라구나 아마르가에 내려서 입장권을 검사받습니다.
그리고 국립공원 내 버스 정류장으로 가서 표를 끊고 기다리다 보면
벤이 출발해서 트래킹 시작점, 웰컴 센터까지 갑니다.
초반 코스는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초반 길은 눈이 녹아 진흙이 많았습니다.
질척거리는 구간이 계속 이어졌지만 걷기 어려울 정도는 아니었고,
오히려 고도가 높지 않아 숨이 차지 않는 것이 가장 좋았습니다.
그동안 볼리비아 와이나포토시나 페루 산타크루즈 같은 고산 트래킹을 계속했던 터라,
이번 코스는 체감 난이도가 훨씬 낮게 느껴졌습니다.
오르막을 걸으면서도 계속 대화를 할 수 있을 정도였으니까요.
3. 윈디패스, 정말 그렇게 무서울까?

후기를 보면 윈디패스를 상당히 위험하게 표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직접 가본 느낌은 조금 달랐습니다.
물론 바람은 강했습니다.
실제로 앞사람 모자가 날아갈 정도였지만 길 자체가 극단적으로 위험하거나 절벽을 아슬아슬하게 걷는 수준은 아니었습니다.
평소 등산 경험이 있다면 크게 부담스러운 구간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남미 여행을 하면서 만난 더 험한 산길이 많았습니다.
다만 이름 그대로 강풍이 자주 부는 곳이라 모자 등 소지품이 날아가지 않게 주의하세요!
4. 칠레노 산장에서 쉬어가기



출발 후 약 2시간 정도 지나면 칠레노 산장이 나옵니다.
여기서는 잠시 쉬면서 가져온 음식을 먹거나 물을 보충할 수 있습니다.
저도 햄버거와 커피를 먹으며 체력을 보충했고, 물도 다시 채웠습니다.
이후부터는 경사가 조금 더 가팔라지고 정상부에 가까워질수록 눈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5. 10월 초 기준, 아이젠 필수



제가 방문한 10월 초에는 정상 부근에 눈이 많이 남아 있었습니다.
아이젠을 착용하니 오히려 진흙길보다 걷기가 편했습니다.
같은 시기에 만난 외국인 여행자는 눈이 있을 줄 모르고 아이젠을 준비하지 못해 속도가 많이 느려졌습니다.
마지막쯤에 이 친구는 미끄러지고, 제가 내려갈 때 겨우 정상에 도달했었어요ㅠㅠ
10월부터 봄 시즌이 시작되지만 정상 부근에는 여전히 눈이 남아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9~10월, 그리고 시즌 초반이라면 가벼운 체인형 아이젠 하나 정도는 준비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더 확실한 건 장비 대여점에 문의해 보는 것이고요!
6. 정상에서 만난 토레스 삼봉



마지막 돌길을 지나 전망대에 도착하면 에메랄드빛 호수 뒤로 거대한 토레스 삼봉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다행히 저는 도착 직전에 삼봉을 선명하게 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정말 잠시 쉬는 사이.. 몇 초만에 거짓말처럼 구름이 몰려왔습니다.
삼봉은 완전히 구름 속으로 사라졌고, 결국 배경 사진은 남기지 못했습니다.
현지 가이드도 "일찍 올라온 사람들이 운이 좋았다"라고 말할 정도로 이런 변화는 흔한 일이라고 합니다.
파타고니아에서는 정말 보일 때 최대한 많이 보는 것이 정답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7. 최소 하산 시간 3시 30분
오후 3시 이후에는 하산을 시작해야 합니다.
베이스 토레스 전망대에는 오후 일정에 맞춰 하산을 안내하는 직원과 가이드가 있습니다.
저희도 오후 3시쯤 하산을 시작하라는 안내를 받았습니다.
아무리 빠른 걸음으로 내려온다고 해도 오후 3시 반에는 내려오기 시작해야 막차를 탈 수 있고,
안전상으로도 그렇습니다.
실제로 내려오는 길에는 정상 방향으로 올라가는 길을 통제하고 있었는데,
오후 들어 날씨가 급격히 나빠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늦게 출발하면 정상까지 가지 못하고 중간에서 되돌아와야 할 수도 있으니 가능한 한 이른 버스를 이용하고,
최소 돌파 시간은 정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하산은 더 편했지만...
눈길이라 무릎 부담은 생각보다 적었습니다.
하지만 눈에 두 번이나 미끄러졌고, 두 번째에는 다리를 크게 벌린 채 넘어지면서 허벅지를 다쳤습니다.
처음에는 괜찮은 줄 알았지만 버스를 탈 무렵부터 절뚝거릴 정도로 통증이 심해졌습니다.
다행히 큰 부상은 아니었지만, 트래킹에서는 방심이 가장 위험하다는 걸 다시 느꼈습니다.
베이스 토레스 트래킹 준비물
- 방수 등산화
- 방풍·방수 재킷
- 체인형 아이젠(9~10월 추천)
- 트래킹 폴(있으면 무릎 부담 감소)
- 선글라스 (눈에 빛 반사)
- 선크림
- 물 2L 이상
- 행동식(샌드위치, 햄버거, 초콜릿 등)
- 보조배터리
파타고니아는 하루에도 사계절이 찾아오는 곳이라 겹쳐 입는 방식이 가장 효율적입니다.
실제로 오를 때는 너무너무 더웠는데 정상 도착 이후 몇 초 만에 바로 추워졌어요.
개인적인 난이도 평가
온라인에서는 베이스 토레스를 '죽을 만큼 힘들다'라고 표현하는 후기가 적지 않습니다.
물론 하루에 20km가 넘는 긴 거리라 쉽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고도가 높지 않아 고산병 걱정이 거의 없고, 꾸준히만 걸으면 충분히 완주 가능한 코스였습니다.
등산 경험이 있다면 충분히 도전할 만한 수준이고, 초보자라도 체력만 준비한다면 무리 없이 다녀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진은 남기지 못해 너무 아쉽지만,
눈앞에서 토레스 삼봉을 직접 봤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충분했습니다.
하루 종일 변하는 파타고니아의 날씨, 눈길과 강풍, 그리고 끝없이 펼쳐진 풍경까지.
왜 많은 사람들이 남미 최고의 트래킹으로 꼽는지 직접 걸어보니 알 수 있었습니다.
힘들었지만 다시 선택하라고 해도 저는 망설이지 않고 이 길을 걸을 것 같습니다.
토레스 델 파이네를 즐기는 또 다른 방법, 버스투어 후기는 아래의 글에서 확인해 주세요!
https://writtersunpeace.tistory.com/76
토레스 델 파이네 버스투어 후기|가격, 코스, 예약방법부터 직접 다녀온 후기까지
토레스 델 파이네 국립공원은 칠레 여행의 하이라이트이자,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국립공원 중 하나로 꼽히는 곳입니다.많은 사람들이 W트레킹이나 O트레킹을 계획에 넣기도 하지만, 저는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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